
학교에서 드론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제가 예상한 방법과 전혀 다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날도 기본 조종을 어느 정도 익힌 뒤 작은 미션 하나를 줬어요.
출발점에서 이륙해 두 개의 표시 지점을 지나 마지막 착륙구역까지 이동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중요한 조건은 장애물을 건드리지 않고 정해진 비행구역 안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제가 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잠깐 코스를 보여준 뒤 자기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가보자고 했어요.
첫 번째 학생이 출발하자마자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나왔습니다.
■ "선생님, 꼭 가운데로 지나가야 해요?"
제가 평소 사용하던 코스에서는 링이나 콘 사이를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비슷한 경로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학생이 출발하기 전에 꼭 가운데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정해진 비행구역과 안전기준만 지키면 다른 경로도 괜찮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장애물 가까이로 가지 않고 조금 넓게 돌아 목적지로 이동했습니다.
시간은 다른 친구보다 조금 더 걸렸어요.
하지만 기체 움직임은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
★ 다음 친구는 완전히 반대 방법을 골랐습니다
두 번째 학생은 첫 번째 친구의 비행을 모두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비슷한 경로를 따라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장 짧아 보이는 길을 선택했어요.
대신 방향을 여러 번 바꿔야 했습니다.
중간까지는 빠르게 이동했지만 마지막 표시 앞에서 방향을 맞추느라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착륙하고 나서 두 학생이 서로의 비행을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너는 멀리 돌아갔잖아."
"그래도 나는 방향을 별로 안 바꿨어."
누가 더 잘했는지를 따지기보다 자기 방법의 특징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 하나의 미션에도 해결방법은 여러 개였습니다
드론 체험수업에서는 조종방법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기본 조작과 안전에 관한 내용은 학생이 임의로 판단하도록 둘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기를 익힌 뒤 진행하는 일부 활동에서는 목적과 안전범위만 제시하고 방법을 열어두는 것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경로를 선택하면 출발하기 전에 공간을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되더라고요.
짧은 길이 항상 쉬운 것도 아니고 멀리 돌아간다고 반드시 나쁜 방법도 아니었습니다.
선택한 경로에 따라 필요한 조작과 어려운 지점이 달라졌습니다.
■ 이번에는 결과보다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모든 학생이 한 번씩 도전한 뒤 바로 순위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물어봤어요.
한 학생은 링 가까이 지나가면 부딪힐 것 같아서 멀리 갔다고 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방향 전환을 연습하고 싶어서 일부러 표시 사이로 들어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한 친구는 친구가 하지 않은 길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했어요 ㅎㅎ
같은 코스를 보고 있어도 학생마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달랐습니다.
그 이유를 듣고 나니 비행 결과만 봤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생각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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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아무 곳이나 날리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에게 경로를 선택하게 할 때도 바꿀 수 없는 기준은 먼저 정했습니다.
비행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기, 대기 중인 학생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기, 강사가 지정한 높이와 안전기준 지키기 같은 부분입니다.
특히 학교 체험수업은 여러 학생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활동일수록 안전범위가 더 명확해야 합니다.
저는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방법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어떤 경로가 위험해 보이면 출발 전에 다시 생각해보게 했고요.
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 안전에 관한 판단까지 모두 맡긴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 "이번에는 친구 방법으로 해볼래요"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에 넓게 돌아갔던 학생이 이번에는 친구가 선택했던 짧은 경로로 가보겠다고 했어요.
반대로 방향 전환이 많았던 학생은 이번에는 멀리 돌아가면서 움직임을 적게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서로 바꿔서 해보라고 시킨 것은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결과를 보고 다른 방법이 궁금해진 겁니다.
직접 해본 뒤에는 반응도 달랐어요.
"보기에는 쉬워 보였는데 이쪽도 어렵네."
자기 방법과 다른 방법을 직접 경험하니 비교하는 말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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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는 세 번째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수업 막바지에 한 학생이 두 친구의 방법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기 차례가 되자 앞에서 나온 두 경로 중 어느 것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어요.
처음 구간은 넓게 이동하고 마지막 구간에서만 짧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두 방법을 섞은 셈이었습니다.
비행을 마친 아이가 "앞에는 돌기 어려우니까 크게 가고, 여기는 공간이 넓어서 바로 왔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앞선 친구들의 비행을 보고 자기 방법을 하나 더 만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이날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오늘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빨랐던 길을 이야기하는 학생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방향 전환을 잘하는 친구는 짧은 길이 편하고 아직 조종이 어려우면 조금 돌아가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학교에서 드론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에게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친절한 수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제가 알고 있는 방법을 빠르게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계속 경험하면서 모든 활동에 하나의 방법을 먼저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안전에 관한 기준과 기본 조작은 분명하게 가르치되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해볼 수 있는 공간을 조금 남겨두는 겁니다.
그러면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이 아이들 쪽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택했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짧은 길을 골랐다가 방향을 놓치는 학생도 있었고 너무 멀리 돌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결과 때문에 다음 선택에는 이유가 하나씩 생겼습니다.
왜 이번에는 이쪽으로 갈지, 무엇을 바꿔볼지 스스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거든요.
솔직히 이날 저는 새로운 드론 기술을 거의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사용한 장비도 평소와 같았고 코스도 특별하지 않았어요.
달라진 것은 제가 길을 하나 정해주지 않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작은 빈칸을 아이들이 자기 생각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다음 학교에서도 기본 조종이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목적지는 같은데 꼭 같은 길로 가야 할까?"
드론이 날아가는 길이 여러 개이듯 아이가 답을 찾아가는 방법도 꼭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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