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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축구

드론을 제일 잘 날리던 아이에게 오늘은 조종기를 주지 않았습니다

by mng 2026. 8. 19.

학교 드론수업을 하다 보면 유난히 조종을 빨리 익히는 학생이 있습니다.
설명을 한번 듣고 바로 이륙하고 방향 전환까지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날도 그런 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자기 차례가 끝나면 "선생님, 저 한 번 더 하면 안 돼요?" 하면서 계속 조종기 주변을 맴돌더라고요 ㅎㅎ
평소 같으면 조금 어려운 코스를 하나 더 만들어줬을 겁니다.
그런데 이날은 다른 방법을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다음 차례가 왔을 때 조종기 대신 친구 옆자리를 맡겨봤어요.


■ "이번에는 네가 설명해줄래?"

처음에는 아이 표정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자기는 드론을 날리고 싶은데 갑자기 친구에게 설명해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했죠.
마침 옆에는 드론을 처음 접해서 방향 전환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잘하던 아이가 자신 있게 "이거 그냥 조금 움직이면 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더니 설명하던 아이도 저를 한번 쳐다봤습니다.
자기가 할 때는 쉬웠는데 말로 알려주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던 겁니다.


★ "조금이 얼마만큼인데?"

두 번째 설명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잘하던 학생이 또 "스틱을 조금만 움직여"라고 하자 친구가 바로 물었습니다.
"조금이 얼마만큼인데?"
순간 설명하던 아이가 말을 멈췄어요.
그러더니 직접 조종기를 잡는 대신 손가락으로 아주 작은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 한꺼번에 확 하지 말고 이렇게."
그제야 친구도 천천히 따라 해봤습니다.
드론이 아까보다 부드럽게 움직이자 두 아이가 동시에 웃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보고 있다가 괜히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 할 줄 아는 것과 설명할 줄 아는 것은 달랐습니다

이날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떤 동작을 잘한다고 해서 그 방법을 상대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자신에게 익숙해진 과정은 너무 당연해서 어느 부분에서 친구가 막히는지 놓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설명 역할을 맡길 때는 단순히 "친구 좀 가르쳐줘"라고 하지 않는 편이 좋았습니다.
친구가 어느 순간 어려워하는지 먼저 보고 한 가지씩 이야기하도록 했어요.
설명하는 학생도 자기가 알고 있는 동작을 다시 천천히 생각하게 됐습니다.
학교 체험수업에서 이런 역할 전환이 생각보다 괜찮은 학습 방법이 되더라고요.


■ 처음에는 대신 해주려고 했습니다

물론 바로 잘된 것은 아닙니다.
친구가 계속 방향을 놓치자 설명하던 학생이 답답했는지 "내가 한번 해줄게" 하면서 조종기를 잡으려고 했어요.
저는 그때만 살짝 개입했습니다.
대신 해주는 것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조금 다르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친구가 지금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자고 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문제는 방향 자체보다 드론이 움직이면 당황해서 손을 크게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 설명도 훨씬 짧고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 학교에서 진행되는 드론수업이 궁금하다면? ↓
[■학교 드론 체험교육 프로그램 살펴보기■]


🔎 학생끼리 알려줄 때 제가 지키는 기준

학생이 친구를 도와주는 활동에서도 강사가 완전히 빠져서는 안 됩니다.
특히 드론은 안전이 중요한 만큼 비행구역 관리와 기본적인 조작 지도는 반드시 강사가 확인해야 합니다.
학생에게 맡기는 것은 안전 판단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방법을 친구의 눈높이에서 설명해보는 역할입니다.
또 잘하는 학생이 계속 답을 알려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왜 안 될까?", "아까랑 뭐가 달라졌지?"처럼 친구가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해보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가르치는 학생과 배우는 학생이 한쪽으로만 나뉘지 않았습니다.


★ 오히려 설명하던 아이의 조종이 달라졌습니다

한참 뒤 역할을 다시 바꾸고 그 학생에게 조종기를 돌려줬습니다.
워낙 잘하던 아이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비행하는 모습을 보니 이전보다 움직임이 조금 차분해졌습니다.
제가 "아까보다 천천히 하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아까 설명하다 보니까 저도 너무 빨리 했던 것 같아요."
친구에게 알려주려고 자기 동작을 잘게 나눠본 것이 결국 자기 조종까지 다시 보게 만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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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하는 아이에게도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수업 후반에는 두 학생이 다시 같은 코스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잘했던 아이가 앞에서 답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스스로 조종하는 모습을 옆에서 조용히 보고 있었어요.
한 번 실패했는데도 바로 손을 뻗지 않고 "아까 어디에서 많이 움직였지?"라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잠깐 생각한 뒤 다시 시도했습니다.
두 번째에는 방향을 훨씬 안정적으로 잡았습니다.
성공하자 조종한 학생보다 옆에서 기다리던 아이가 더 크게 좋아하더라고요 ㅎㅎ


수업이 끝나고 장비를 정리하면서 저는 처음 그 학생에게 조종기를 주지 않았던 순간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워했던 아이가 마지막에는 친구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이날의 목표를 단순히 배려나 협동심이라고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더 흥미롭게 본 것은 잘하던 학생 역시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 새롭게 배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드론을 직접 조종하는 것만이 연습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조종하는지 말로 풀어보고, 상대가 어디에서 어려워하는지 기다려보고, 설명이 통하지 않으면 방법을 바꿔보는 과정도 꽤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빨리 익힌 학생에게 더 어려운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도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항상 더 어려운 코스만이 다음 단계일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때로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훨씬 어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는 조종을 빠르게 배우는 아이도 있고 천천히 익히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누가 더 잘한다는 순위로 만들기보다 서로 다른 배움의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면 수업 분위기도 꽤 달라집니다.
다음 수업에서도 유난히 빨리 과제를 끝낸 학생이 보인다면 저는 곧바로 더 어려운 코스부터 꺼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한번 물어보려고 해요.
"이번에는 네가 알게 된 방법을 친구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볼래?"
어쩌면 드론을 혼자 잘 날리는 것 다음에 배워야 할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날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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